"이란-이스라엘 충돌 땐 유가 90弗 넘을 것"

입력 2024-01-04 18:17   수정 2024-01-11 17:11


이란 폭탄 테러, 홍해 선박 피격 등으로 중동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중동 정세가 연초부터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반으로 확산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복 다짐한 이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2.32달러(3.29%) 오른 배럴당 72.7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로 통용되는 브렌트유 3월물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일보다 2.36달러(3.11%) 상승한 배럴당 78.25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마감한 것은 5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WTI는 지난해 11월 17일 4.1%, 브렌트유(2월물)는 12월 14일 3.3% 오른 뒤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모식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95명이 숨지고 211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을 겨냥해 보복을 다짐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국제 유가는 홍해 물류난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일에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서열 3위 살레흐 알아루리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에서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될 수도
이날 국제 유가가 3% 급등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중동 확전 위험을 아직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란이 본격적으로 전쟁에 개입하면 국제 유가가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란은 산유국인 데다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길인 호르무즈 해협의 하루 원유 수송량은 세계 수송량의 약 20%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밥 맥널리 라피던에너지그룹 회장은 중동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면 국제 유가가 현재보다 15%는 더 올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는 올라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블룸버그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대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 유가와 물류비용을 끌어올려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이날 CNBC는 후티 반군을 피해 홍해 대신 우회로를 택한 운송업체들의 물류량 합계가 2000억달러(약 262조원) 규모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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